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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2

감자 몇 알, 뼈도 없는 감자탕 - 시래기고기국의 진실 "이름이 전부는 아니다." 아침으로 감자탕을 끓였다. 그런데 사실 감자는 몇 알 되지 않았다. 등뼈도 없다. 감자탕의 핵심이라는 그 뼈 말이다. 알고 보면 감자탕이라는 이름도, 감자가 들어가서 붙은 게 아니란 설이 있다. 옛날 사람들은 등뼈의 모양을 ‘감자같다’고 여겨 그 뼈를 푹 고아낸 국을 ‘감자탕’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도 한다.그러니 오늘 아침상에 오른 이 국은 이름만 감자탕이지, 내용물은 다르다. 대신 듬뿍 들어간 시래기, 냉장고에서 꺼낸 돼지고기. 엄밀히 말하자면, 시래기고기국이다. "감자탕 아니다, 시래기고기국이다." 이름과 실상은 언제나 같지 않다. 멋지게 붙여진 간판과, 속 빈 현실. 감자탕이라 부르지만 감자도 뼈도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있는 걸까. "본질.. 2025. 5. 26.
한 그릇의 깊이, 한 수의 무게 - 영화 <승부>와 청국장 삶은 빠르게 흘러가지만, 진짜 중요한 건 늘 천천히 다가옵니다. 영화 승부는 말이 적습니다. 바둑판 앞, 고요한 눈빛. 돌을 하나 놓기까지의 침묵. 그 안에 수십 년의 무게가 담겨 있죠. 이창호는 기다립니다. 상대의 수를, 자신의 수를. 그리고 말없이, 단단하게 나아갑니다. 그의 기다림은 결코 수동적인 게 아니었습니다. 눈앞의 한 수를 두기 위해, 그는 수천 수를 미리 떠올립니다. 상대가 무엇을 두고, 자신은 어디까지 물러날지, 때론 져주는 수가 이기는 수가 될 수도 있음을. 그 침묵은 생각의 정지선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깊은 움직임의 순간이었죠. 바둑판 위에 놓인 건 단지 돌이 아니라 ‘시간’이었고, ‘자기 자신’이었어요. 누구의 것도 아닌, 오롯한 자기의 수를 찾아가는 길. .. 2025.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