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랐다고 끝난 게 아니야, 다시 맛이 스며드는 날 - 명태채무침
말라서 끝난줄 알았지? 오늘 아침밥상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마음을 꼭 끌어안아주는 맛으로 채웠다. 어묵탕 한 냄비, 연근전 몇 장, 명태채초무침 한 접시, 그리고 알배기배추.누군가는 소박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밥상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법이다. 가장 먼저 젓가락이 간 건 명태채초무침이었다. 냉장고 한켠에 오래도록 말라있던 명태채. 물에 잠깐 불리고, 고추장과 식초, 설탕, 마늘 조금. 그렇게 조물조물 무치고 나면, 바스락거리던 마른 채가 놀랍도록 부드럽게 살아난다. 그 맛은 꼭 이런 말을 건네는 것 같다. “나 아직 살아 있어.”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한동안은 감정이 말라버린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누군가의 따뜻한 한마디,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음악 한 ..
2025.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