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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글2

말랐다고 끝난 게 아니야, 다시 맛이 스며드는 날 - 명태채무침 말라서 끝난줄 알았지? 오늘 아침밥상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마음을 꼭 끌어안아주는 맛으로 채웠다. 어묵탕 한 냄비, 연근전 몇 장, 명태채초무침 한 접시, 그리고 알배기배추.누군가는 소박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밥상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법이다. 가장 먼저 젓가락이 간 건 명태채초무침이었다. 냉장고 한켠에 오래도록 말라있던 명태채. 물에 잠깐 불리고, 고추장과 식초, 설탕, 마늘 조금. 그렇게 조물조물 무치고 나면, 바스락거리던 마른 채가 놀랍도록 부드럽게 살아난다. 그 맛은 꼭 이런 말을 건네는 것 같다. “나 아직 살아 있어.”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한동안은 감정이 말라버린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누군가의 따뜻한 한마디,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음악 한 .. 2025. 5. 23.
애호박전은 익어가는데, 누군가는 불을 꺼버립니다. 애호박을 썰었습니다.둥글고 얇게, 하나하나 정성스럽게요.쌀부침가루를 살짝 묻히고 계란물에 적셔서달궈진 팬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았습니다. 팬 위에서 애호박전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동안 옆에선 삼겹살김치찌개가 뽀글뽀글 끓고 있었습니다. 제법 따뜻하고 만족스러운 아침입니다. 애호박전은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한쪽이 익었다 싶으면 얼른 뒤집어야 하고 너무 오래 두면 타버려요. 반대로, 조급하게 서두르면 속이 설익어 흐물흐물하죠. 그러니까 이건, 작은 타이밍의 예술입니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마음이 어둡습니다. 준비된 법안들이 있습니다. 오랜 숙의 끝에 다듬어진 민생 대책들, 돌봄, 주거, 안전, 일자리 같은 삶의 문제들을 다룬 것들이죠. 이미 팬 위에 올려진 상태입니다... 2025.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