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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밥까지 비벼졌다. - 메추리알조림처럼, 조화로운 정치를 꿈꾸며. *메추리알양배추고기조림* 오늘 밥상엔 색다른 메추리알조림이 올라왔습니다. 돼지고기 다짐육을 볶고, 양배추를 썰어 넣고, 그 위에 까진 메추리알을 올려 조림 양념으로 자작하게 졸였죠. 조림을 숟가락으로 툭 떠 밥 위에 올리는 순간, 한 그릇의 맛이 완성됩니다. 고기, 채소, 달걀. 각자의 맛이 있되, 밥과 어울릴 때 진짜 역할이 드러나는 조합이죠. 예전의 조림은 달랐어요. 메추리알만 강조됐고, 고기는 따로, 양배추는 설익었고, 간은 겉도는 느낌이었어요. 그땐 내부에서도 서로 따로 놀았으니까요. 당 안에서도, 조율 없이 자기 목소리만 냈던 지난 대선의 풍경처럼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고기와 채소와 달걀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양념으로 졸여지고, 조용.. 2025. 5. 12.
조각조각 나눈 밥 한 판,계란찜밥 - 나눔의 정치, 밥상에서 시작된다. 밥은 나눌수록 정이 된다. 오늘 아침엔 밥과 계란, 다진 채소를 섞어 케이크처럼 찜을 쪘다. 예쁘게 자른 조각 위엔 케첩 한 방울. 마치 누군가의 접시를 기다리는 신호처럼. 누군가와 나눠 먹을 걸 생각하며 만든 음식은 모양도 맛도 달라진다. 혼자 먹는 밥은 대충 퍼 담아도 괜찮지만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은 손길 하나에도 마음이 스민다. 이 계란찜밥케이크는 말하자면 ‘합의의 결과물’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식재료로, 자르기 쉬운 원형으로, 숟가락만 들면 나눌 수 있게 준비된 형태. 밥상은 매일 열리는 회의장이자, 침묵 속에서 공감과 타협이 오가는 정치의 공간이다. 가장 어린 식구부터 먼저 덜어주고, 취향을 배려하며 조용히 순서를 기다리는 것. 이 작은 식탁 위에도 ‘질서’와 ‘배려’, ‘배분’.. 2025. 5. 7.
내 아이는 자랐지만, 세상은 점점 비어갑니다. 어린이비율 세계최저라니... 사진 속에서 아이는 아직 작고, 물살 앞에 선 발은 조심스럽기만 했습니다.엄마 손을 꼭 잡고, 튜브 안에서 까르르 웃던 그 여름날. 지금은 그 아이가 나를 끌어안고, 나보다 더 큰 키로 내 어깨를 두드립니다.시간은 흘렀고, 아이는 자랐습니다.그리고 문득…‘그 많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생각하게 됩니다. 미니 핫도그, 돈까스, 통닭.그 시절 아이가 좋아하던 간식들입니다.식탁 위에 올려놓으면 작은 손이 먼저 달려들었고,노릇하게 튀겨진 간식 하나로 하루가 참 즐거웠죠.그 평범한 기쁨이,이제는 뉴스 속 숫자들과 겹쳐집니다.2024년,한국은 세계에서 ‘어린이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되었습니다.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겠지요.아이 키우는 일이,언제부터인가 개인의 선택이나 부담으로만.. 2025. 5. 6.
한 그릇의 깊이, 한 수의 무게 - 영화 <승부>와 청국장 삶은 빠르게 흘러가지만, 진짜 중요한 건 늘 천천히 다가옵니다. 영화 승부는 말이 적습니다. 바둑판 앞, 고요한 눈빛. 돌을 하나 놓기까지의 침묵. 그 안에 수십 년의 무게가 담겨 있죠. 이창호는 기다립니다. 상대의 수를, 자신의 수를. 그리고 말없이, 단단하게 나아갑니다. 그의 기다림은 결코 수동적인 게 아니었습니다. 눈앞의 한 수를 두기 위해, 그는 수천 수를 미리 떠올립니다. 상대가 무엇을 두고, 자신은 어디까지 물러날지, 때론 져주는 수가 이기는 수가 될 수도 있음을. 그 침묵은 생각의 정지선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깊은 움직임의 순간이었죠. 바둑판 위에 놓인 건 단지 돌이 아니라 ‘시간’이었고, ‘자기 자신’이었어요. 누구의 것도 아닌, 오롯한 자기의 수를 찾아가는 길. .. 2025.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