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한 봉지로 완성한 아침(콩나물요리 3가지)
냉장고에 남아있던 콩나물 한 봉지.
양은 많지 않지만, 이걸로 아침 한 끼를 꾸려보기로 했다.
어묵콩나물국, 콩나물돼지불고기, 콩나물크래미무침.
서로 다른 메뉴지만, 공통된 재료 하나가 이 밥상을 잇는다.
어묵콩나물국은 조용한 국이다.
어묵이 낸 감칠맛 위에 콩나물이 더해져
국물은 맑고, 속은 따뜻해진다.
끓는 물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콩나물처럼,
조용히 중심을 잡아주는 맛이 있다.
콩나물돼지불고기는 정반대다.
진한 양념과 고기의 기름진 맛 사이에서
콩나물은 아삭한 식감으로 균형을 잡아준다.
자극적인 맛을 중화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기 몫의 맛을 지켜낸다.
콩나물크래미무침은 마지막 방점이다.
식초를 약간 넣은 무침에
채 썬 오이, 찢은 크래미, 그리고 삶은 콩나물을 더해
상큼하게 마무리 짓는다.
기름지고 매운맛을 지나온 입안을 정리해주며
밥상의 끝을 부드럽게 닫아준다.
한 가지 재료, 세 가지 맛.
콩나물은 어디에 들어가도 튀지 않지만,
항상 제 역할을 다한다.
조용하지만 중심을 지키고,
묵묵하지만 맛을 완성한다.
요즘 같은 시끄러운 세상에서,
이런 콩나물 같은 사람이
더 귀한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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