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존재의 힘
오늘 밥상은 얼갈이 단배추 한 봉지로 시작됐다.
생으로, 데쳐서, 국으로.
어떻게 써도 자기 몫을 해내는 채소.
심심한 듯하지만 꼭 필요한 그 맛이,
왠지 오늘의 기분과 닮아 있었다.
두부까지 들어간 배추사골국은 부드러웠고,
데친 얼갈이 단배추는 된장에 조용히 무쳐졌으며,
생재래기는 샐러드처럼 상큼하게 입맛을 깨웠다.
그리고 빨간 양념에 졸인 닭안심 한 조각은
이 담백한 밥상에 살짝 힘을 실어주었다.
이렇게 단단한 밥상도,
겉보기엔 조용하고 단출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조용하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다.
튀지 않는다고 해서,
쓸모없는 것도 아니다.
요즘 뉴스에서 다시 어떤 단체의 ‘행동’이 이야깃거리다.
필요한 목소리라는 건 알지만,
그 방식이 과연 모두를 위한 길이었을까—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삶도 밥상도, 말 없이 제자리를 지키는 것들로
조용히, 단단하게 채워본다.
보이지 않아도,
꼭 필요한 것들이 분명히 있다는 걸 기억하며.
전장연 단체행동을 다시 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저의 의견을 밥상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 오늘의 아침밥상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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